[기자수첩] 허태정 시장, 공무원 망신주기로는 ‘대전의 미래’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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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허태정 시장, 공무원 망신주기로는 ‘대전의 미래’ 바꿀 수 없다
  • 안연옥 기자
  • 승인 2026.07.14 0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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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책'보다는 '해법' ... 생중계 정치, 공직사회는 위축되고 시민들은 답답
▲안연옥 뉴스채널1 기자.
▲안연옥 뉴스채널1 기자.

민선9기 허태정 대전시장의 첫 확대간부회의는 새로운 시정의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시민들이 기대했던 것은 앞으로 대전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해법이었다.

그러나 3시간 넘게 생중계된 회의가 남긴 인상은 미래보다 과거, 해법보다 질책이었다.

회의 내내 가장 자주 등장한 말은 "왜 그렇게 했습니까", "누가 결정했습니까"였다. 간부들을 향한 질문은 이어졌고, 답변은 곧바로 질책으로 연결됐다.

생중계 화면을 통해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정책 토론보다 공개 문책에 가까운 분위기를 목격해야 했다.

공직사회는 책임을 묻는 조직이다. 잘못된 행정은 반드시 점검받아야 한다. 하지만 책임을 묻는 방식에도 품격이 필요하다.

공개석상에서 부하 공무원들을 연이어 몰아세우는 모습이 과연 행정의 신뢰를 높이는 방식인지 의문이 남는다.

허 시장은 재정위기를 거론하며 올해 5400억원, 내년 6900억원의 세입 부족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방채 증가 등 재정 상황은 이미 공개된 자료를 통해 알려졌던 내용이다.

시민들이 궁금했던 것은 위기의 존재가 아니라 후보 시절 인식과 지금의 판단이 왜 달라졌는지, 인수 과정에서 무엇이 새롭게 확인됐는지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없었다.

ART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허 시장은 선급금 지급 구조를 문제 삼으며 전면 재조사를 예고했다. 그러나 시장이 언급한 "80% 수준"이라는 수치와 기존 계약상 지급률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산정 기준이 다를 수 있다면 그 차이를 설명하는 것이 먼저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시민을 설득할 수 없다.

대전관광공사의 원동 건물 매입 문제도, 근무평정 제도도 모두 개선이 필요한 사안일 수 있다. 그러나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철저히 다시 조사하겠다", "즉시 폐기하라"는 선언만으로 행정은 완성되지 않는다.

누가 조사하고, 언제까지 결론을 내며, 어떤 기준으로 제도를 고칠 것인지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시작이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행정의 본령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공개 질책이 반복될 경우 공직사회에 남길 후유증이다. 생중계되는 회의에서 간부들이 공개적으로 질책받는 모습이 반복되면 공무원들은 적극적으로 일하기보다 책임을 피하는 데 익숙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책의 창의성보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선택'이 우선되는 조직은 결국 시민에게도 손해다.

재정위기를 이유로 대전형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지급이 미뤄졌고, 0시축제 폐지 방침도 유지되고 있다. 정책을 조정하는 것은 시장의 권한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는 납득할 만한 근거와 충분한 설명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정위기는 정책 수정의 명분이 아니라 정치적 수단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새 시장이 전임 시정을 점검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시정은 감사원이 아니고, 확대간부회의는 공개 청문회도 아니다.

생중계는 시민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지 공직사회를 공개 문책하는 무대가 아니다. 회의실에서 가장 크게 들린 것은 시장의 질책이었지만, 시민이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은 시장의 해법이었다.

시장은 공직사회를 긴장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두려움만으로 조직은 움직이지 않는다. 공개 질책은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해법 없는 질책은 행정을 바꾸지 못한다.

시민이 시장에게 맡긴 역할은 전임을 심판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전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다. 이제 시민이 듣고 싶은 말은 "왜 그렇게 했습니까"가 아니라 "이렇게 해결하겠습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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