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관순 열사의 이름을 빌린다고 명분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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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관순 열사의 이름을 빌린다고 명분이 되는 것은 아니다
  • 안연옥 기자
  • 승인 2026.08.11 0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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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공주시의회 의원이 지난 5일 열린 제267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복지정책과장을 상대로 '유관순교육관 건립 사업'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안연옥 기자
▲이지은(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공주시의회 의원이 지난 5일 열린 제267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복지정책과장을 상대로 '유관순교육관 건립 사업'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안연옥 기자

유관순 열사의 이름은 행정이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붙이는 수식어가 아니다.

그 이름을 내건 사업이라면 오히려 더 엄격해야 한다.

더 치밀해야 하고, 더 투명해야 하며, 무엇보다 시민에게 “왜 지금 이 사업이어야 하는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충남 공주시가 추진한 유관순교육관 건립 사업은 시작부터 적지 않은 물음표를 남겼다.

공주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가 지난 7일 ‘유관순교육관 건립에 따른 공유재산 취득’ 안건을 삭제한 것은 단순한 사업 하나의 제동이 아니다.

의회가 행정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사업의 취지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 유관순 열사의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역사교육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다.

공주시는 33년 된 구 공주목욕탕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토지와 건물 매입비만 21억 원, 리모델링 등을 포함한 총사업비는 무려 56억 원이다.

시민들이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하필 이 건물인가.

공주시는 주변 근대문화유산과의 연계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상징성과 입지만으로 56억 원의 지출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건물의 안전성은 충분히 검증됐는가.

리모델링 비용이 적정한가.

향후 유지관리 비용은 얼마나 들어가는가.

수십 년 뒤에도 교육관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신축보다 정말 경제적인 선택인가.

이 질문들에 시민이 납득할 만한 답이 먼저 나와야 했다.

그런데 의회 심의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은 오히려 우려를 키웠다.

해당 건물은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은 것으로 제시됐다. 당장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 하더라도 주요 부재에 결함이 있어 지속적인 보수가 필요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생각해봐야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과 시민, 전국에서 찾아올 방문객들이 이용할 공공교육시설을 굳이 노후 건물에 넣어야 하는가.

더구나 바로 옆 한옥 건물까지 추가로 매입해 사무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사업의 규모는 커지고, 매입 대상은 늘어나고, 예산은 불어난다.

이쯤 되면 행정은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말 필요한 것만 사는 것인가, 아니면 살 수 있는 것은 일단 다 사는 것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공주시가 최근까지 ‘긴축재정’을 강조해 왔다는 점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며 각종 사업을 조정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행정이 한편에서는 노후 건물을 사들이고 수십억 원을 들여 대규모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긴축재정이란 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꼭 필요한 곳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쓰자는 뜻이다.

56억 원은 결코 가벼운 돈이 아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면 ‘유관순’이라는 상징성보다 먼저 경제성과 안전성,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더욱이 공주시에는 이미 공주독립박물관이 있다.

의회에서 유관순교육관과 공주독립박물관의 기능 중복 가능성이 제기됐고, 담당 부서 역시 “상당히 중복된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더욱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는 왜 지금에서야 드러났는가.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기존 시설과의 기능 중복부터 따져봤어야 하지 않았는가.

부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대체 부지와 신축 가능성을 비교했어야 하지 않았는가.

총사업비와 향후 유지관리비까지 포함한 비용편익 분석은 제대로 했는가.

시민 의견은 충분히 들었는가.

행정은 늘 ‘좋은 취지’를 앞세운다.

하지만 좋은 취지가 좋은 행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공공사업일수록 명분이 클수록 절차는 더 엄격해야 한다.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사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주시가 구 공주목욕탕 매입을 선택한 과정에서 “유관순교육관을 어디에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앞서 “이 건물이 정말 최선인가”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미 공주시는 구 두리예식장 매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경험했다.

당초 59억 원 규모였던 사업이 안전과 구조 문제 등으로 사업비가 크게 늘어난 사례가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또다시 노후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하겠다고 한다면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혹시 제2의 두리예식장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단순한 반대 목소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행정은 과거의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특히 노후 건물을 매입한 뒤 예상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와 추가 공사비가 발생하는 일은 결코 낯선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리모델링이라고 시작했다가 결국 철거와 신축에 가까운 사업으로 변질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결국 부담은 시민의 몫이다.

이번 공주시의회의 결정은 유관순교육관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만들자는 요구에 가깝다.

공주시는 이를 ‘행정 발목잡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의회의 제동을 사업 무산이 아니라 재검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체 부지는 없는지, 신축이 더 합리적인지, 기존 공주독립박물관과 어떤 차별성을 둘 것인지, 한옥 건물 추가 매입이 정말 필요한지, 향후 운영비와 관리비는 감당할 수 있는지 처음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에게 물어야 한다.

“56억 원을 들여 지금 이곳에 이 시설을 만드는 것이 정말 최선입니까?”

행정이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업을 다시 추진해도 늦지 않다.

유관순 열사는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다.

나라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았다.

그런 유관순 열사의 이름을 내건 교육관이라면 행정 역시 이름에 걸맞은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

상징성은 건물 간판에 ‘유관순’ 세 글자를 새긴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치밀한 준비가 있고, 합리적인 판단이 있고, 시민의 공감이 쌓일 때 비로소 상징이 된다.

공주시가 이번 의회의 제동을 불편한 장애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로 볼 것인지는 이제 공주시의 선택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유관순 열사의 이름은 행정의 면죄부가 아니다.

56억 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사업이라면 이름보다 먼저 시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신뢰를 얻지 못한 사업이라면, 아무리 좋은 이름을 내걸었다 해도 멈춰 서서 다시 처음부터 따져보는 것이 행정의 책임이다.

이번 제동이 공주시 행정의 발목을 잡는 사건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더 합리적이며, 더 오래 사랑받는 역사교육 공간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유관순을 기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관순이라는 이름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행정을 하는 것이다.

▲안연옥 뉴스채널1 기자.
▲안연옥 뉴스채널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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