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가보상·건강검진비까지 손질… 비법정전출금 200억 원도 일시 조정
복지·필수의료·기업유치에는 과감한 투자… 행정수도 완성과 자족경제 기반 강화
이응패스, 2027년부터 ‘모두의 카드’로 통합… 재정혁신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
세종시가 재정 운용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고강도 재정혁신에 착수했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와 행정수도 완성, 자족경제 구축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기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관행적으로 이어온 예산부터 과감하게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 효과가 낮거나 국비사업과 중복되는 60여 개 사업을 폐지·유예해 109억 원을 절감하고, 교육청 비법정전출금 200억 원을 일시 조정하는 등 재정 지출 구조조정에 나섰다.
공직사회 역시 연가보상비와 건강검진비 지원을 축소하는 등 재정 부담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4일 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시정 5기 첫 본예산인 2027년도 세입·세출 예산안 편성 방향을 발표했다.
내년도 세종시 예산안은 총 2조1,579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 2조829억 원보다 750억 원(3.6%) 증가했다. 일반회계는 1조8,151억 원, 특별회계는 3,428억 원이다.
외형적으로는 예산 규모가 증가했지만, 시가 직면한 재정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이 조 시장의 진단이다.
행정수도 완성과 자족경제 기반 확충을 위한 투자 수요는 커지는 반면, 의무지출과 복지 수요 증가로 실제 재량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갈수록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7년 예산에서 법정·의무지출 비중은 66.2%로 전년 63.3%보다 2.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재량지출 비중은 36.7%에서 33.8%로 낮아졌다. 시가 재정혁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조 시장은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 편성에 앞서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그 결과 국비사업과 중복되거나 사업 효능감이 낮은 60여 개 세부 사업을 폐지 또는 유예해 109억 원을 절감했다.
아빠장려금, 지역공동체 일자리, 청년 문화예술패스, 미혼남녀 인연만들기, 중소기업 ESG 경영지원 등 일부 사업도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비법정전출금 200억 원도 일시 조정했다. 외부 전문가와 시민, 시의원 등이 참여하는 재정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재정 현실을 진단하고 예산 편성의 객관성과 효율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공직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청 본청 공무원 인건비를 우선 8.5개월분만 반영하고, 연가보상 일수는 기존 12일에서 5일로 줄였다.
건강검진비 지원도 매년에서 격년제로 축소했다. 문화향유 프로그램과 직장동호회 지원도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
다만 공무원 연가보상과 건강검진비 조정에 앞서 노조와 사전 협의가 이뤄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조 시장은 "노조와 대화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확인해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초과근무수당과 부서 업무추진비는 조정하지 않았으며, 필요한 부분은 유지하고 정상화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긴축재정에 나서면서도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복지·의료·안전 분야에는 투자를 확대했다.
특히 필수 복지수요를 본예산에 충분히 반영하고 청년의 결혼과 출산, 양육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초연금 1,067억 원, 생계급여 344억 원, 주거급여 125억 원을 편성했으며, 2027년 1월부터 혼인신고한 부부에게 가구당 100만 원을 지급하는 혼인지원금 20억 원을 신규 반영했다.
하반기부터 출생아 1인당 1,000만 원 이상을 지원하는 아이 맞이 지원금에도 61억 원을 투입한다.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에는 70억 원을 신규 편성했다. 응급환자와 고위험 신생아가 지역 내에서 적기에 진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업 유치와 청년 일자리 투자도 확대한다. 지방투자촉진 및 국내복귀 기업 보조금은 178억 원으로 전년보다 130억 원 늘렸으며, 피지컬AI 홈헬스케어 실증사업 10억 원, 지역특화산업 육성 42억 원, 창업도시 공모사업 6억 원 등을 반영했다.
지역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에는 305억 원, 청년월세 지원에는 24억 원을 편성해 기업 성장과 청년 정착을 함께 뒷받침할 계획이다.
행정수도에 걸맞은 문화·체육 기반 확충에도 나선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에 60억 원, 장욱진생가기념관 건립에 44억 원,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관련 사업에 171억 원을 투입한다.
대중교통 정책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세종시의 대표 교통복지 정책인 이응패스는 정부의 대중교통비 환급사업인 '모두의 카드'로 2027년부터 일원화된다. 정부 지원체계와의 중복을 해소하고 재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어울링 무료 이용 혜택은 계속 유지하며, 올해 이응패스 이용 정산금 25억 원도 예산에 반영해 이용자 환급을 지원할 방침이다.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지원도 이어간다. 지역화폐 여민전 발행에 75억 원을 편성하고, 소상공인 대출 이차보전 27억 원을 통해 400억 원 규모의 추가 융자를 지원한다.
영세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지원과 여성 소상공인 육아기 대체인력비도 신규 반영했다.
재해 예방과 시민 안전을 위한 투자도 놓치지 않았다.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6곳과 하천·소하천 정비에 166억 원을 투입하고, 고가사다리차와 특수구급차 등 노후 구조·구급 장비 교체도 추진한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지방채 관리도 강화한다. 내년도 지방채 발행 규모는 418억 원으로 올해 736억 원보다 318억 원 줄였다.
이에 따라 채무비율은 올해 최대 22.3%에서 내년 21.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시장은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 투입하고 조정할 것인가에 대한 쉽지 않은 선택의 결과가 이번 예산안에 담겼다"며 "지금 재정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행과 중복은 줄이되 시민 일상과 안전은 지키고, 절감한 재원은 시민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와 성장 기반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예산안은 세종시의회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12월 15일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행정수도 완성과 자족경제 구축이라는 세종시의 미래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이 시민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과 미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조상호 시정 5기 첫 본예산의 성패가 주목된다.
